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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연결하다/컬쳐&트렌드

영화, 스타일을 말하다

영화, 스타일을 말하다



모든 예술은 영화를 동경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향한 디자이너들의 갈증은 미술, 건축, 음악, 음식, 문학,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탐구로 이어지는데,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인 영화는 표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화감독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을 비롯하여 로만 폴란스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이안, 장예모 등. 각자의 개성이 확실한 스타일로 관객을 매료합니다. 그런데 이들 감독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때 패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패션을 주제로 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패션으로 시대를 그리는 코스튬 드라마 



<1920년대 스타일을 보여준 영화 '위대한 개츠비'>



영화는 패션을 동경합니다. ‘패션 필름’의 의미를 ‘패션을 위한 필름’이 아니라 ‘패션에 의한 필름’으로 확장하면, 유사 이래 거의 모든 영화가 ‘패션 필름’인 것입니다. 한 인물의 지위와 재력, 취향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패션이니,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설명해야 하는 영화에서 그것은 가장 공들여 배치해야 할 미장센입니다. 개중에는 패션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유독 능한 감독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의상상을 수상한 <위대한 개츠비>는 낭만적인 플래퍼룩과 알 카포네 스타일 슈트들로 1920년대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들의 물질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을 표현했습니다.



<1970년대 스타일을 보여준 영화 '아메리칸 허슬'>



1920년대의 패션을 통해 잃어버린 세대들의 허무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 셈입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후보에 오른 <아메리칸 허슬>의 경우, 1970년대 유행했던 DvF와 할스턴의 섹시한 원피스들, 싸구려 나일론 수트와 고급 맞춤 정장의 대비로 희대의 사기꾼들과 그들을 동경한 얼치기 FBi 요원의 심리전을 시각화했습니다. 




당대의 패션을 고증하는 영화 



<빅토리아 시대 영국 중상류층의 삶을 패션으로 잘 보여준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



반대로, 영화로 당대의 패션을 고증하는 일 역시 가능합니다. 이안 감독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선 대만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 제인 오스틴의 영국 중상류층의 삶과 패션을 동양과 서양의 감성을 어울려 보여줬습니다. 예컨대 히치콕 영화에 대한 언급 없이 1940~1950년대 레이디라이크룩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히치콕은 그레이스 켈리, 잉그리드 버그만 등 금발 미녀들에게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우아한 여성용 슈트나 드레스를 입히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현기증(1959)>의 킴 노박은 “히치콕 말고는 어느 감독도 내가 신은 구두 따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패션에 관한 그의 강박을 증언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랑소와 트뤼포의 <줄앤짐(1961)> 속 털털한 소년 같은 잔느 모로의 패션,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59)> 속 진 세버그의 쇼트커트와 플랫슈즈, 흰 티셔츠와 검정색 크롭팬츠 차림은 지금까지도 ‘파리지엥 시크’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긴 세월 활동해온 비주얼리스트의 경우, 그의 필모그래피가 곧 패션의 변천사를 담은 참고서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애니 홀'에서 남성용 조끼에 헐렁한 팬츠를 입고 나와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한 배우 다이앤 키튼 (우)>



우디 앨런 역시 대표적인데, 1977년작 <애니 홀>에서 다이앤 키튼은 당대의 디자이너로 떠오른 랄프 로렌의 남성용 재킷이나 조끼에 헐렁한 치노 팬츠를 입고 나와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로부터 36년이 흐른 지난해, 우디 앨런은 패션에 미친 여자가 등장하는 <블루 재스민>을 내놓았습니다. 


<샤넬 재킷을 입고 에르메스 버킨백을 든 채 커다란 루이비통 캐리어를 가지고  여동생 ‘진저’의 집에 도착한 ‘재스민’. 그녀는 상위 1%의 삶을 누리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합니다.>



이 작품은 맨해튼 사교계를 주름잡던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사업가 남편이 사망한 후 빈털털이가 되어 가난한 동생 집에 빌붙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때 재스민은 한 쌍씩의 동물들을 방주에 실어 대폭우에서 구조하려는 노아처럼 루이비통 여행 트렁크에 최고의 명품 하나씩을 챙겨넣습니다. 샤넬 트위드 재킷, 에르메스 버킨백, 로저 비비에의 스틸레토힐 등. 단벌숙녀가 된 재스민의 브랜드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또 한 번의 기회, 그리고 버킨백과 함께 바닥에 바동그라지며 겪는 그녀의 절망은 패션에 관한 신랄하고 지적인 농담입니다.

이는 한편으로 패션 브랜드의 정체성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지경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물신성에 대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패션 브랜드가 가진 이 같은 위력은 또 다른 카테고리의 ‘패션 필름’을 낳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직설적으로 패션을 다룬 영화가 많아져서 그렇지, 영화계와 패션계의 공조는 사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코코 샤넬도 고전 영화 <게임의 규칙(1939)>에 참여했고, 크리스찬 디올은 1950년대 30여 편의 영화 의상을 도맡았으며, 오드리 햅번은 지방시의 힘을 빌려 스타일 아이콘에 등극했습니다. 최근에는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낳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프라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같은 협업은 대중의 동경을 먹고 사는 패션 하우스들에게는 견고한 이미지 메이킹을, 영화에는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을 보장합니다. 요즘은 그 자체로 양쪽 모두에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건 꽤 궁합이 좋은 *마리아주입니다. 아마도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선 패션 만큼 시각적 효과가 잘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 말이죠.



마리아주 (mariage)

프랑스 어로 

1. 결혼,혼인,결혼식,결혼생활 = noce
2. [비유] 결합,배합,(정당·기업의) 연합

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두 번째의 의미에 해당됩니다.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4.05+06월호 

 


<MOVIE FOR US  영화 속 스타일을 이야기합니다>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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