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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연결하다/컬쳐&트렌드

스마트폰 시대, 영피플의 듣기와 말하기

어떤 시대든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소통의 문제는 늘 있었습니다. 최근 아이들의 소통의 화두는 디지털 환경입니다. 이미 스마트 기기는 분리된 도구가 아닌, 그들에게 신체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린 세대들에게 스마트 기기는 소통의 부재를 가져오는 도구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일까? 그들이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해봅니다.

 

 

스마트폰증후군 있다? 없다?

 

 

 

 

‘스마트폰 시대, 영 피플의 말하기와 듣기에 대해 생각해본다’ 라는 주제의 원고 청탁을 받고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이 문제를 다양한 전문가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 견해가 편집팀의 기획 의도와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 두는 바 입니다. 다수의 매체에서 ‘스마트폰 환경’이 소통의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스마트폰증후군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뇌가 불균형하게 발달하여 유사 발달장애, 게임 중독,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틱장애, 사회성 결핍 등을 겪게 되는 정신질환 입니다.스마트폰증후군 초기라면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됩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뇌의 기능적 문제를 평가하고 진단한 뒤에 그에 따른 각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증후군’이라는 신종 질병 명칭이 나온 것도 놀랍지만, 정작 그 내용이 인간 발달이나 뇌 발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협박에 가깝지 않은가. 아직까지 우리는 실제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런 연구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폰증후군을 떠들어대는 것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선전 문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마트폰증후군이라고 명명할 질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한다고 해서 뇌가 불균형하게 발달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입니다. 단, 유사 발달 장애, 게임 중독,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틱장애, 사회성 결핍이라고 진단 받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은 게임기, 스마트폰, TV 등의 매체에 몰입하기 쉽습니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신체와 심리적 특성상 특정 매체의 자극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채 5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통을 가로막는 다양한 아동 발달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그의 연구는 이미 노벨상을 받을 만한 것입니다. 스마트폰 환경이 소통이 아닌 불통을 조장한다는 견해에 단순히 반박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새 미디어의 등장과 우리의 삶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하는 행동 유형과 관련하여 아이세대와 부모세대를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반응 하는 장난감, 스마트폰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기계’가 아니라, 유연하고 다양하게 ‘반응하는 장난감’ 입니다. 놀이터의 돌멩이를 장난감 삼아 놀던 부모세대 입장에서 스마트폰이 ‘반응하는 장난감’이라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니, 부모세대는 오히려 걱정이 앞섭니다. 스마트한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한 기계를 사용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은 멍청해진다고 생각하는 대표 사례입니다.

 

아이가 기계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처럼 보일 때 부모들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혹시, 내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에 파묻히지 않을까?’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경우 ‘유사 자폐’라는 진단까지 내립니다. 스마트 기기 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상대의 감정적 신호와 사회적 단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점점 감각을 잃어간다고 까지 이야기합니다. 아이의 심리와 행동 발달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엇이든 스마트폰 탓이라는 말은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합니다. 아이들이 ‘반응하는 장난감’에 몰입해, 부모와의 재미없는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과거 아이들은 부모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세상을 배워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종류의 매체들이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매체에 대해 부모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쓸데없는 두려움이 아니라,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새 매체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 입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즐겁고 독특하게

 

 

 


똑같은 스마트폰이지만, 아이세대와 부모세대가 스마트폰을 보는 관점은 다릅니다. 부모세대는 스마트폰을 ‘정보화 정석 모드’로, 아이세대는 ‘스마트 아웃라이어 모드’로 활용 합니다. 정보화 정석 모드는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이나 앱을 무난하게 이용하는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뚜렷한 목적이나 목표를 갖고 스마트폰을 다룹니다. 효율성과 성과를 중시합니다. 부모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기기 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에도 남들이 활용하는 만큼만 사용하자는 주의 입니다. 주변 눈치를 보면서 튀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대다수 성인들이 가진 삶의 방식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세대는 정석과도 같은 스마트폰 이용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세대와 달리, 아이세대는 스마트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고 즐겁게 사용합니다.

 

‘스마트 아웃라이어 모드’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방식은 스마트폰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며 즐기는 것 입니다. 기기 자체의 기능을 주어진 대로 사용하기보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합니다. 최신 인기 앱이나 필수 앱을 그냥 다운받아 쓰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그냥 해보는 것 입니다. 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 뚜렷한 목적이나 목표 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것을 추구 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보다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에 솔직한 편 입니다. 직접 부딪쳐 가며 경험하는 가운데 나만의 방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아동기의 감각, 운동적 사고의 전형 입니다. 기능이나 매뉴얼에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사용법을 터득 합니다.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통로가 되는 것 입니다. 

 

부모세대의 삶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새로운 시도보다는 매뉴얼이나 정답에 충실하고자 하며, 대세나 트렌드에 맞추어 나가려 합니다. 자기 생각을 말할 때도 대세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의견을 표출합니다. 또한 이들은 책을 통해 습득한 개념이나 생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합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습득하는 개념이나 이론에 익숙하기에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불안정한 상태를 기피하며, 안정을 추구합니다. 많은 부모가 스마트폰증후군과 같은 이야기에 솔깃해하는 이유는 그들이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방식 때문 입니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아니,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세상의 눈치를 살핍니다. 새로운 소식이 없나 계속 확인하고, 최신 이슈를 검색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체크 합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정작 부모세대들 입니다.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자신의 삶을 관찰하기보다, 아이들을 염려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아이들에게 전가합니다.

 

 

부모세대, 스스로 창조적 소통을 시도하라

 

 

 


부모세대는 자신들의 눈치 보기 형태와 다른 아이들의 스마트 기기 이용이 놀랍고 염려스럽기만 합니다. 그들의 눈에는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에 무작정 매달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부족해질까 봐 불안해 합니다. 밥상머리 대화와 같은 고전적인 모드의 소통 방식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책임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부모세대가 스스로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스스로 불안해 합니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사용이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이해하는 것 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아직도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 입니다. 아이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소통 합니다. 스마트 기기와 같은 창조적인 도구를 그저 매뉴얼대로만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부모세대가 걱정할 일은 아이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아닙니다. 바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살아낼 것인가를 성찰하는 것, 자기 자신과의 진지한 소통이 우선일 것 입니다.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좋은날 (글. 황상민)

황상민은 현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 입니다. 『대통령과 루이비통』, 『독립연습』, 『한국인의 심리 코드』,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등을 썼다. 디지털 세상 속 소비심리와 사회현상 연구소 ‘위즈덤 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