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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연결하다/컬쳐&트렌드

오뉴월 주꾸미와 낙지, 깊고 풍부한 해산물의 맛

오뉴월 주꾸미와 낙지, 깊고 풍부한 해산물의 맛

 

 

(사진 출처: 안홍범)

 

5, 6월 제철 음식인 주꾸미와 낙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주꾸미와 낙지를 먹긴 하지만, 한국의 주꾸미와 낙지 요리는 깊고 풍부한 해산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으로 꼽힙니다. 전 세계의 요리사들은 해산물 요리에 레몬즙, 고추, 마늘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낙지와 주꾸미 요리에 참기름과 깻잎, 생강을 주로 사용합니다. 참기름과 깻잎은 바삭 하게 구워진 주꾸미와 어우러져 풍미를 높이고 굵게 다져진 생강은 낙지볶음의 중독성 있는 매운맛을 더하여 줍니다.

 

대양의 깊은 곳 대부분은 아직 탐험되지 않은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먹거리를 찾아 바다 깊숙한 곳을 뒤질 때, 낚싯바늘 끝이나 그물에서 발견되는 생명체들은 우리에게 바다 깊숙한 곳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그 중 무엇보다 우리를 놀랍게 하는 것은 문어 가문의 자손입니다. 엄청나게 유연한 이들은 육지 동물들이 가진 딱딱한 두개골과 단단한 근육의 부담에서 벗어나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바닷속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입니다. 하와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문어들은 다른 차원에서 온 지구에 생존하는 마지막 외계 생명체라는 설이 있는데, 문어의 생김새를 보면 그 이야기가 그리 터무니 없지만도 않습니다.

 

 

많은 외국인에게 낯선 한국의 주꾸미와 낙지

 

 

 

 

나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해산물에 죽고 못 사는 취향이 아니라면, 굳이 낙지나 주꾸미를 재료로 하는 음식점으로 데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그가 육지에 둘러싸여 있는 나라의 출신이어서, 주로 TV를 통해 낙지와 주꾸미를 봤다면 더더욱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차갑고 거친 북쪽 나라의 바다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사랑하는 문어 가족에게는 금지구역 입니다. 중부유럽과 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해산물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낙지와 주꾸미를 먹는 것에 충격을 받지 않을 외국인들은 일본인과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 정도일 것입니다.

 

저는 이십 대 중반에 해산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아주 행복한 1년을 보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베이비 옥토퍼스(baby octopus)를 파슬리와 버터에 재워 두었다가 익힌 후 레몬즙을 뿌려 즐겨 먹습니다. 그때 저는 해산물을 즐겨 먹는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영국인에 비해 해산물 음식에 친숙한 편입니다. 전 세계의 요리사들은 고추, 마늘, 레몬즙 이 세 가지 재료가 어떤 종류의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레몬은 한국 전통 요리에서는 쓰이지 않지만, 마늘과 고추는 낙지와 주꾸미를 재료로 한 한국요리에서 반드시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낙지와 주꾸미 요리에 참기름과 깻잎, 생강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참기름과 깻잎은 바삭 하게 구워진 쫄깃한 주꾸미와 어우러져 풍미를 높이고, 굵게 다져진 생강은 낙지볶음의 중독성 있는 불같이 매운맛을 더하여 줍니다.무척이나 섬세한 맛을 가진 참기름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음식 맛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산 낙지를 먹을 때는 잘린 낙지 조각을 참기름에 거의 익사시키는 수준으로 아낌없이 쏟아 붓습니다. 그래도 아직 참깨의 풍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장식으로 참깨를 솔솔 뿌려 마무리합니다.

 

주꾸미에 관해서라면 한국인은 아무리 매운 것을 쏟아 부어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직접 불판 위에 구워먹는 고추장 양념이 가득한 주꾸미 볶음은 아무리 매운 음식에 자신 있는 사람일지라도 비 오듯 땀을 흘리게 하며 차가운 맥주병에 손을 뻗치게 합니다. 왜 주꾸미나 낙지 요리에 진한 양념이 들어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뜨거운 불판에서 낙지와 주꾸미를 익히기 위해서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날것으로 먹거나, 짧은 시간에 빨리 요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재료들이 가진 맛을 살리기가 쉽지 않으므로 양념장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집니다.다시 말하면 대부분 한국의 낙지요리 중 낙지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은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낙지의 깊고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 있습니다. 전라도 지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음식이 아닐지도 모르나 연포탕의 시원한 국물에는 낙지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에는 놀라운 맛의 국물 요리가 많지만, 기운이 없을 때 떠 넣는 부드럽고 담백한 낙지탕 한 수저는 정말 비교할 상대가 없습니다. 그런데 낙지와 주꾸미는 한국의 가정집 부엌에서는 그리 인기 있는 음식 재료는 아닌 듯합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싱싱한 낙지와 주꾸미를 집에서 먹는 반찬으로 그리 많이 해 먹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꾸미와 낙지는 깊고 신비스러운 바다의 맛을 닮았습니다. 이 꿈틀거리는 작은 녀석들은 우리 인간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아직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좋은날 (글. 팀알퍼)

팀 알퍼 (Tim Alper)는 영국 출신으로 한국인 아내와 함께 6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칼럼니스트다. 스페인과 러시아 등에서도 거주했으며, 어머니의 영향으로 다양한 유럽 문화를 경험했다. 한국의 음식, 스포츠, 문화를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방송 활동도 하고 있다.